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철수하는 한국닛산이 ‘서비스총판’ 체제로 전환을 추진한다. 한국법인 폐쇄 대신, 보증수리와 부품공급망을 관리할 국내 업체를 선정한다는 뜻이다.
3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로 영업 종료를 예고한 한국닛산이 오는 2028년까지 보증수리 또는 부품공급망을 관리할 국내 업체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닛산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닛산이 철수한 이후 보증수리와 부품공급망을 유지할 국내 업체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서비스 총판'이다.
한국닛산의 철수는 글로벌 사업 전략 재편을 포함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중장기 전략 추진의 일환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분야별로 장점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을 추진한다.
이런 변화는 실적 부진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닛산의 2019년도 판매 대수는 일본에서만 10%가 줄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14%, 19% 감소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모델 교체 주기가 4~5년으로 단축되는 가운데 닛산은 기존 교체 주기인 7년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이 줄었다.
실제로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서 글로벌 닛산은 우리 돈 약 7조7185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전 회계연도에서 약 3조670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국닛산 철수와 관련해 “지난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수출규제 이후 한국시장에서 ‘불매운동’이 지속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에서는 연관성이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단위 손실에서 한국 수입차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닛산의 철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사업 재편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르노-닛산과 미쓰비시 등 3사 연합은 지역과 상품, 주력 분야를 각각 나누고 맡은 분야에 집중하는 '중장기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브랜드별로 △닛산→자율주행 개발 △미쓰비시→중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개발 △르노→커넥티드카 개발에 주력한다.
글로벌 주력 거점도 나눴다. 미쓰비시는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주력하고, 르노는 유럽과 남미ㆍ북아프리카에 자원을 집중한다.
이 전략에 따라 닛산은 중국과 북미ㆍ일본에 집중하게 됐다. 한국시장 철수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 사업을 정리 중인 셈이다.
닛산은 중국과 북미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철수는 물론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까지 생산능력을 20% 줄여 연간 540만 대 수준으로 몸집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닛산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일부 지역에서도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심은 한국 철수 이후 상황에 쏠린다. 이미 판매한 차종의 보증 수리 및 부품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12월 영업종료"를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보증수리와 부품공급을 추진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결국, 서비스와 부품공급을 위해 별도의 존속법인을 남기는 것이 아닌, 국내 업체에 보증수리와 부품공급을 맡기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재 남아있는 공식 딜러 대부분이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한국닛산이 별도의 국내 업체를 찾기 위해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총판 개념의 업체가 선정되면 이들이 전국 주요 지역별로 1급 공업사를 선정, 보증수리를 맡기게 된다. 나아가 이들을 통해 부품 공급망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글로벌 닛산의 품질 및 서비스 기준이 무색해지면서 "서비스 품질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시장 영업 종료 시점으로 오는 12월 말을 결정한 것 이외에 추가로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며 “보증수리는 물론 예고했던 2028년까지 부품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