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우주 시대 개막이 기상악화에 가로막혔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첫 유인 우주선 발사가 기상악화로 연기됐다.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을 이날 오후 4시 33분에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상 문제로 예정 시간을 16분 54초 남겨두고 카운트다운을 중단했다.
이상 조짐은 발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나타났다. 우주센터 주변에 비가 내리고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국립기상청은 주변 지역에 토네이도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기상 조건이 호전되지 않자 스페이스X는 결국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지 않고 발사를 30일로 연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발사는 민간 우주 시대 개막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크루 드래건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을 태우고 우주로 쏘아 올리는 무대여서다. 이들은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해 몇 달 간 연구 임무 등을 수행한 뒤 귀환하게 된다.
또 미국이 9년 만에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의미도 컸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적이 없다. 대신 NASA는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의존해왔다. 이에 우주인을 보낼 때마다 최대 8600만 달러(약 1060억 원)의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발사여서 연기에 따른 실망도 컸다.
우주에 공을 들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직접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발사 한 시간 전 도착한 트럼프는 우주선을 둘러보며 “훌륭하다”, “아름답다”고 극찬하며 “오늘은 미국에 매우 흥미진진한 날”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주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중국, 러시아와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우주 영역에서의 안보 위협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는 1993년 해체된 국가우주위원회를 2017년 부활시키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위원장에 앉혔다. 그리고 달 재탐사 목표 시점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기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해왔다.
또 작년 8월 공군 산하에 우주사령부를 설치했고 12월에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6번째 군대인 우주군을 창설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