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기 쉬운 자가용이 경제활동 재개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경제 재개 과도기에 나타난 이런 새로운 생활양식이 미래 소비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나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공유경제의 쇠퇴로 핵심 사업모델에 결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우버는 이달 들어 전체 인력의 25%에 달하는 약 6700명을 감원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이동 제한 명령 여파로 지난달 미국에서 우버 차량공유 이용횟수는 전년 동월 대비 80% 급감했다.
리프트도 전체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약 1000명을 해고하는 등 공유경제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공유경제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 부문은 ‘소유에서 이용’이라는 추세가 다시 소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어 우버, 리프트 등을 둘러싼 불안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 출퇴근길에 전철이나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온 한 샌프란시스코 주민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가 해제되면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레스토랑이나 졸업식장, 영화관 등 곳곳에서 ‘드라이브 인’이나 ‘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해안에 8개 식당을 운영하는 레스토랑 체인 멜스(Mel‘s)는 테이크 아웃 판매로만 코로나19 파고를 견디고 있다. 이 업체는 이달 주차장에 세워둔 고객 차량 차창에 간이 테이블을 부착,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오믈렛이나 햄버거를 서빙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로 1950년대 유행했던 ‘카홉(Carhop)’ 문화의 부활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미국 50개 주 전체가 이달 경제 재개를 본격화했지만 제2의 감염 확산을 일으키지 않게 단계를 밟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위 사례처럼 ‘소셜 디스턴스(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자가용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모임을 제한하지만 ‘자동차 집회’에 한해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5월은 졸업 시즌이 한창인데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차 안에서 졸업장을 받는 ‘드라이브 스루 졸업식’이 열리고 있다.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아직도 휴업 상태인 곳이 많지만 차 안이라면 안전하다는 인식 속에 미국 전역의 약 330개 드라이브 인 극장은 영업을 재개했다. 뉴욕 양키스타디움도 7월부터 주차장을 영화 상영이나 콘서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미국여행협회와 리서치 업체 MMGY트래블인텔리전스가 이달 초 1200명 미국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6개월간 비행기를 통한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사람은 약 20%에 그쳤지만, 자가용으로 국내여행에 나서겠다는 응답은 70%에 육박했다.
자가용 문화에 과제도 있다. 밴더빌트대학 연구진은 “경제 재개 이후 혼자서 차량 이동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교통 정체가 심해져 통근시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차량을 통한 장거리 이동이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백신 개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아예 안심하기 전까지의 과도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여러 영역에서 퍼지는 마이카 중심의 생활양식을 축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