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꺼내 들었던 보복 관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관세가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다.
12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은 의료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상당 규모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2018년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 전쟁 과정에서 중국산 필수 의료장비에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치료 과정에 필수적인 보호복, 개인보호장비(PPE), CT, 일회용 의료용 모자 등이 포함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13일 기준, 33억 달러(약 4조190억 원) 규모의 중국산 건강 관련 제품에 7.5%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와 직접 관련된 11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도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중간재에 25%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것도 미국 내 의료 장비 생산 가격의 인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드 보운 PIIE 연구원은 “중국산 의료제품에 대한 관세는 국가보건위기 상황에 공급 부족과 비용 인상을 초래한다”면서 “트럼프의 대(對) 무역전쟁 여파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보복관세 조치가 코로나19 관련 의료 물품의 미국 내 공급에 차질을 준다며 관세 완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으로 인공호흡기 제작에 나선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인공호흡기 생산에 필요한 중국산 컴프레서 소음기의 수입 관세 철폐를 요구했다. 화학약품 제작업체인 루브리졸도 바이러스 소멸에 효과가 입증된 글루타알데히드에 부과된 25% 관세 철폐를 요청했다. 소독 티슈 제작업체인 베리글로벌그룹도 비스코스 레이온 섬유에 부과된 관세가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