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을 꿈꾸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저해제가 면역항암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hR은 면역계를 조절하는 약물 전사 가능 인자다. 백혈병이나 림프종은 물론 난소암과 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 유형에서 AhR이 확인됐다.
활성화된 AhR은 면역 반응을 내리눌러 종양의 진행을 촉진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를 억제하면 면역 반응을 다시 이끌어내고 직접적인 항암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인터페론의 생성도 조절해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보다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치료효과가 크면서 부작용이 적고 약물 투여 중단 후에도 치료 효과가 오래가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면역시스템을 억제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우회할 수 있어서 치료 효과가 약 30%의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약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암세포의 면역시스템 우회 기전을 저해하는 다른 기전의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연구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AhR저해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은 독일암연구센터와 공동 발굴한 Ahr저해제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엘은 관련 내용을 지난해 3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ACR)에서 구두 발표해 주목받았다.
미국의 바이오기업 이케나테라퓨틱스(Ikena Therapeutics)는 비임상시험 단계의 Ahr억제제 후보물질을 글로벌제약사 세엘진에 기술수출했다. 계약금만 8000만 달러(약 970억 원) 규모다. 세엘진은 지난해 1월 BMS와 합병됐는데, BMS는 이를 통해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AhR저해제의 상업화를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광약품이 나스닥 상장 면역항암제 전문 기업 아슬란파마슈티컬과 파트너십을 맺고 Ahr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의 조인트 벤처 재규어테라퓨틱스는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아슬란은 재규어에 AhR 관련 기술에 대한 모든 글로벌 권한을 이전했다. 부광약품은 재규어의 대주주로 이사회 의장 권한을 갖고 있다.
부광약품은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AhR저해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조준해 총 500만 달러(약 6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hR저해제는 단독 치료뿐만 아니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으로 암 치료 성공률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앞선 이케나의 사례처럼 개발 초기 단계에 기술수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