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수급 안정화 위해 국산 폐지 2만 톤 비축

환경부, 업계와 공급과잉 해소·재활용 활성화 자율협약

▲재활용업체에 쌓여 있는 폐지. (뉴시스)

폐지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제지업계가 국산 폐지 2만 톤을 사전에 매입해 비축한다. 이와 함께 수분 측정기를 도입하는 등 그간 불분명했던 폐지 거래 방식도 개선한다.

환경부는 22일 서울 엘타워에서 제지업계, 제지원료업계(폐지사·고물상)와 함께 '폐지 공급과잉 해소 및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업계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제지업계는 한국제지연합회,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과 주요 7개 제지사(고려제지, 깨끗한 나라,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아진피앤피, 태림페이퍼, 한솔제지)가 참여했다.

제지원료업계는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 한국시설관리사업협동조합 등 폐지업계와 전국고물상연합회, 한국자원재활용협회, 한국고물상협회 등 5곳이 함께했다.

2018년 이후 폐지 수출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당 80원 선이던 국내 폐지(폐골판지, 압축장 매입기준)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해 현재 6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설 명절에 종이로 만들어진 포장 상자를 비롯해 신학기를 맞아 예전에 썼던 학습용 책자도 다량으로 배출되는 등 폐지가 적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지업체는 올해 2월 말까지 총 2만 톤의 국산 폐지를 선매입해 비축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의 유휴 부지를 비축 장소로 제공하고, 선매입 물량의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 일부를 보전한다.

또 이번 업무협약에는 폐지를 거래할 때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수분 측정기를 도입하는 등 기존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도 담았다.

현재 폐지를 거래할 때는 별도의 계약서가 없다. 제지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제지원료업계가 수시로 납품하고, 수분과 이물질 함량을 현장에서 어림잡아 감량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명확한 감량기준이 없기 때문에 제지원료업체와 제지사 간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환경부, 제지업계, 제지원료업계는 올해 3월까지 계약 기간과 금액, 품질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계약서(안)를 만들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상반기에는 표준계약 방식을 적용하는 것에 합의했다.

또 제지원료업체가 이물질을 넣거나 물을 뿌리는 등 폐지의 무게를 늘리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 업체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고, 업체 명단을 공개해 고품질의 폐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이물질이 함유됐거나, 폐유 등에 오염된 폐지가 국내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수입폐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는 관세청의 협조를 받아 광양항, 부산항 등에서 수입폐지 현품검사를 하고 있으며, 폐지 수입업체에 대한 수시점검을 통해 이물질 함유 여부를 지속 확인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설 명절 직전 기간인 15~21일 폐지 집중점검 기간으로 지정해 폐지 적정 수입과 보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폐지 비축, 표준계약서와 수분 측정기 도입 등 이번 협약 내용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폐지수급 상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수입폐지 현장점검, 종이 분리배출과 재활용 제도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