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순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제품과 기술 변화 속에 기업들은 경쟁에 밀려나지 않게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부문은 3분기 매출 17조5900억 원, 영업이익 3조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3.4%, 영업이익은 70.9%나 감소하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도 추월당했다.
TSMC는 3분기 영업이익이 1079억 대만달러(약 4조1300억 원)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TSMC는 삼성전자 반도체에 1조 원 가까이 영업이익이 앞섰다. 3분기 누적기준으로 TSMC의 영업이익은 2485억 대만달러(약 9조5100억 원)로, 삼성 반도체(10조5700억 원)를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인텔은 3분기 매출 192억 달러(약 22조3200억 원), 영업이익 64억 달러(약 7조4400억 원)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에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 처음으로 인텔을 앞지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다시 권좌를 내준 뒤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 업체 ‘월풀(Whirlpool Corporation)’을 넘었다. H&A(생활가전) 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액 5조3307억 원, 영업이익 4289억 원을 달성했다. 월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0억9000만 달러(약 5조9800억 원), 3억5800만 달러(약 4200억 원). LG전자는 매출에서 월풀에 뒤처졌지만, 영업이익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LG전자 H&A 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월풀을 넘어선 바 있다.
전자업계 지각변동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시리즈의 흥행에 힘입어 올 2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6년 만에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한때 일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3%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4분기 6.8%로 반등했다. 자국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일본 시장은 소니, 샤프 등이 상위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 등 국외 브랜드 스마트폰이 일본 브랜드를 밀어냈다. LG전자도 전략 스마트폰 G8X 씽큐(국내명 V50 씽큐)를 들고 2년 만에 일본 스마트폰 시장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는 올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최대 화두였던 ‘5G’를 준비하지 못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다. 삼성 스마트폰은 인도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다가 2017년 4분기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화웨이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7%로 애플(12%)을 제치고 2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는 중국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화웨이의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25%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 상반기 31%까지 상승하였고, 미국의 제재가 시작된 후 지난 8월에는 41%까지 상승했다. 화웨이의 상승 속에 오포, 비보, 샤오미 등 경쟁 중국 브랜드들은 점유율이 하락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발표 후 유럽 및 중남미 시장에서의 판매량 하락이 가시화되자,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중국 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 때문에 중남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화웨이의 하락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중가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로 대거 흡수하며 점유율을 올려가고 있다.
전자·IT 업계의 트렌드 변화는 짧고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장악하던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등 경쟁업체의 출현으로 예전보다 점유율이 떨어졌고, 구글은 유튜브를 통한 외연 확장으로 철옹성 같던 네이버 독주의 국내 검색 시장을 흔들고 있다. 스마트폰은 불과 무선 충전이 나타난지 5년도 되지 않아 트리플 및 펜타 카메라, 홍채·얼굴인식,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능까지 흡수했다. 최근에는 접는 스마트폰이 나왔고, 돌돌 말 수 있는 TV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진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기술이 상향평준화됐고, 산업의 움직임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잘못된 경영판단과 순간의 실수로 꼬꾸라질 수 있는 긴박한 산업 생태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