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라면 판매가 급격히 회복하면서 경기에 대한 해묵은 논쟁을 다시 키우고 있다. 라면 판매량 증가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불안한 경제전망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배달 앱의 발달로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라면 판매량이 2014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16년에는 385개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판매량이 다시 늘어 지난해는 403억 개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이런 증가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7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라면을 둘러싼 논쟁은 중국 경제 실상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소비지출을 경제성장을 지탱하는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 라면 판매가 소비 약화의 신호라면 그만큼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라면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소비재 중 하나다. 공장 근로자 수와 더불어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으나 고급 식품을 선호하는 중산층이 늘면서 그만큼 라면 판매도 줄었다.
이런 인기와 중요도로 인해 라면은 자동차와 더불어 중국 소비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경제지표로 간주됐다. 자동차는 경기와 흐름을 같이하지만 라면은 반대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지면 소비자들이 식사할 때 좀 더 저렴한 대안인 라면을 찾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승용차 판매는 올해 8월까지 15개월 중 14개월에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득증가세 둔화와 높은 부채,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동차시장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영언론들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라면을 꼽는 것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인스턴트 면류 판매 증가는 소비자들이 ‘소비등급’을 다운그레이드 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고급 제품을 다양하게 도입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중국 최대 라면업체인 팅이홀딩스는 “상반기 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8% 늘어난 115억 위안(약 1조9297억 원)에 달했다”며 “이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우육면보다 더욱 비싼 한 팩당 최대 24위안의 고급 라면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면이 경기둔화 신호라고 한다면 한국 상황이 더 안 좋을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약 29개였지만 한국은 74.6개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