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 취업하고 싶어도 세세한 정보를 얻기 힘든데 이런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3일 서울 양재aT센터 제1전시장은 '2019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한 취업준비생(취준생)들로 아침부터 북적였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지만, 9시께부터 입구에는 입장을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대부분 실제 면접처럼 단정한 정장을 갖춰입은 모습이었다.
이날 박람회에는 74개 바이오기업과 6개 기관 등 총 80개 부스가 들어섰다. 현장 면접에 2635명이 사전 지원한 만큼 열기는 뜨거웠다. 주최(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측 추산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약 8100여 명이 박람회를 찾았다.
지난해 사상 첫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박람회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다소 비좁았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두 배 이 상 넒어진 양재aT센터로 장소를 옮겨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 덕분에 취준생들이 이력서 등을 작성하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현장면접관을 운영하는 기업의 부스는 파란색, 그밖의 기업은 노란색으로 구분하고, 안내 인원을 충분히 배치해 입장과 퇴장을 관리했다.
특히 박람회장 한켠에 특강관을 만들고, 시간대별로 직무설명부터 채용설명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취준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강관에는 업계 맞춤형 정보를 듣기 위한 취준생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이날 오후 진행된 '제약회사 채용트렌드 및 입사전략' 특강에는 수용 인원 180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인원이 몰리면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취준생들이 특강관 주변을 에워싸고 내용을 경청했다.
특강에 나선 유재호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대표는 "제약바이오는 과스펙이 많은 취업 시장"이라고 진단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준 영어 커트라인이 (토익)850점인데,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진출을 가속하면서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대일 직무 멘토링'에서는 사전 신청한 227명이 현직자들과 면담을 통해 직무 탐색에 나섰다. 또한, 최근 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인공지능(AI) 면접체험관에서 실전 AI 면접을 미리 경험하는 취준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채용박람회를 맞이한 기업들도 더욱 체계화된 모습이었다. GC녹십자는 부스 내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구직자를 대상으로 미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일대일 상담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더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유한양행은 현장 면접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부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해 번호표를 배부했다. 이날 오후 1시40분 기준 268명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정 기업 쏠림 현상은 이어졌다. 한미약품과 종근당, GC녹십자, 동아쏘시오그룹, 메디톡스 등 업계 상위 기업에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긴 줄이 늘어섰다. 일동제약이나 대원제약, 명인제약 등 일반의약품을 통해 친숙한 회사에도 취준생들이 몰렸다. 반면 일부 중소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부스별 쏠림이 나타나면서 취준생들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한 취준생은 "유명 제약사들은 줄이 너무 길어서 차라리 상담을 많이 받는 편을 택했다"며 상대적으로 인원이 덜 몰리는 부스 위주로 돌고 있다"고 털어놨다.
판을 키운만큼 박람회 내실을 강화했지만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뿐만 아니라 단체 접수를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도 다수 현장을 찾았지만 박람회의 초점이 대졸 채용에 맞춰지면서 고등학생들은 박람회장을 떠돌아야 했다. 고졸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했다는 한 고3 학생은 "막상 관련 정보가 많지 않아서 부스마다 살펴보고 있다"면서 "다른 채용박람회에 비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참가했던 바이오업계 1위 셀트리온이 올해는 불참한 점도 참가자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참가하지 않아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LG화학이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