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회원사의 40%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거나 그렇게 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중 미국으로 복귀하는 비율은 6% 미만이었으며 동남아시아나 멕시코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신흥시장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하는 데 이어 애플이 중국 생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중국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주 애플이 주요 공급망 업체에 중국 생산 중 15~30%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조달액이 10조 엔(약 108조 원)을 넘는데 아이폰 등 회사 제품의 90% 이상을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격화와 중국 자체의 인건비 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이자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도 지난 11일 “필요하다면 미국시장용 아이폰 생산을 중국 밖에서 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해외 다른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도 스마트홈 기기인 네스트 온도계와 서버 등 하드웨어 생산 시설 일부를 중국에서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옮기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닌텐도는 게임기 스위치 생산을 지금까지 중국 업체에만 맡겼지만 최근 동남아시아로 생산 일부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샤프도 PC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대만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전거업체인 대만 자이언트는 미국 시장용 물량을 본사가 있는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다. 자이언트는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약 235조 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자 바로 중국 6개 공장 중 1곳을 폐쇄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보니 투 자이언트 회장은 “이미 지난해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계는 더는 평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나 베트남 등 다른 나라가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의 위치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가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는 데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해당 공장은 물론 관련 하청 업체들이 전부 옮겨가야 한다. 인건비, 건물 유지비, 세금과 감가상각비, 원자재 등 고려해야 할 상황도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달 휴렛팩커드(HP)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과 델테크놀로지스 등 IT 대기업 4개사는 미국 의회 증언에서 노트북 생산에는 현재 중국에만 있는 특별한 원자재가 사용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최첨단 칩의 일부에 사용되는 정제 게르마늄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 미·중 무역 전쟁 격화 속에 글로벌 기업들이 완전히 중국을 빠져나가기 전에도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0% 늘어나 지난 2002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부진한 증가폭을 나타냈다.
또 서플라이 체인이 갑자기 붕괴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는 분명하게 일어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는 이미 런던 금융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런던의 금융 부문 종사자 약 40만 명이 대거 이탈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유럽 대륙에 사무소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등 고용과 영업의 중심이 확실히 이동하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지만 최근 20년간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하는 남부 지역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