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 걸쳐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vs “당장에 임단협 내용이 다른 현대차조차 적용이 쉽지 않다.”
기아자동차 노사의 ‘통상임금 특별위원회’가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및 미지급금 지급에 합의한 것을 놓고 재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전날 ‘통상임금 특위’ 8차 본협의를 통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고, 소송이 제기된 기간의 미지급금(1인당 평균 1900만 원)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시급 산정 때 상여금 750%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키로 했다. 이 방식을 따르면 기아차 근로자의 시급은 약 45% 인상된다. 자연스레 ‘최저임금’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기아차 ‘통상임금 특위’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총회(14일)를 거쳐 확정된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측 역시 지루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는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만큼, 이번 기아차 노사의 통상임금 합의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사안별로 사측이 유리한 판결을 받아낸 사례도 존재해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1심에서 사측이 패소해 약 1000억 원의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그러나 2심에서 사측이 승소하자 다시 이 충당금을 환입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예단이 어렵다. 우리(사측)는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해 기아차와 상황이 다르다”며 대법원 판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관련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입장을 언급하기는 힘들다”면서 “기아차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소송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대표성을 띠기는 힘들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기아차 노사 합의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자체적인 소송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기아차의 판결과 노사 합의가 절대적일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측과 노조 측의 임단협 내용이 각각 달라 항소와 상고심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상황도 기아차와 다르다.
1, 2심에 연이어 패소한 기아차와 달리 현대차와 모비스는 각각 1, 2심 모두 승소한 상태다. 그만큼 회사 측은 심의가 진행 중인 대법원 판결에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아차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1시간당 시급을 올린 것과 달리 현대차와 모비스는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현재 750%에 달하는 상여금을 나눠서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등 3사는 짝수달에 상여금 600%를 지급하고 설과 추석, 휴가 때 50%씩 지급하고 있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기아차와 달리) 임단협에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며 “취업규칙을 바꿔 상여금을 매달 나눠서 지급하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