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진실 공방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보타를 필두로 ‘글로벌 대웅’을 꿈꾸는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과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정현호 메디톡신 사장이 벌이는 자존심 대결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나보타의 미국 판매허가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낸 시민청원서가 최종거부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청원서는 메디톡스가 2017년 12월 FDA에 접수한 것으로, 나보타 균주에 대한 대웅제약과 미국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당시 메디톡스는 FDA가 나보타 균주 출처에 관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품목허가신청(BLA)을 승인하지 말 것과 모든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품목허가신청에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을 포함하고, 나보타 균주의 출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FDA는 “메디톡스가 인용한 대웅제약의 공식 진술에서 허위성을 의심할 만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균주의 근원을 판단함에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불필요하며, 나보타 균주에 대한 정보 공개는 ‘영업 비밀 또는 상업적 또는 재무적 기밀 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청원이 거부된 지난 1일 FDA 승인을 획득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와 관련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진실 공방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에 걸쳐 균주 도용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던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2017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라”고 판단했다. 이후 국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법정 싸움이 진행 중이다. 1심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묘연한 가운데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건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소송을 마칠 때까지 5년은 족히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디톡스는 지난달 31일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면서 반격을 시도했다. ITC는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처를 하는 기관이다. 메디톡스는 나보타 개발 과정에 대한 의혹을 대웅제약이 공개 토론 등의 방식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FDA가 나보타의 미국 허가 승인과 함께 메디톡스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단 대웅제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FDA는 나보타의 보툴리눔 균주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가 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대웅제약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대웅제약은 관련 소송과는 별개로 나보타를 4월께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ITC 제소는 수입금지 결정까지 통상 1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국내 소송도 장기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나보타의 미국 진출은 당분간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까다롭고 엄격한 FDA가 청원 거부 결론을 낸 것은 나보타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 입증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