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교수 “국민연금 혜택 받지 못하는 사태 절대없다”

입력 2018-08-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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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만 최대한 부추기려는 보수언론 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수 언론은 그와 같은 우려를 신이 나서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로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은 그런 사태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준구<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3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분노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의 논의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민의 불만을 최대한 부추기려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감 있는 언론이라면 국민으로 하여금 국민연금제도의 기본성격에 대해 정확히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마땅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또 “보수 언론은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재정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그 배후에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마치 현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CIO가 공석상태였을) 2017년만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무려 7.26%에 이르렀다. 올해 1.16%로 크게 떨어졌지만 아직 끝나지도 않은 이 한 해의 수익률 추락으로 국민연금이 난파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라고 일갈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시절 정권의 정통성 결여를 메우려는 의도에서 국민연금이 태생하면서 출범 당시부터 재정 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범 당시 보험료율은 3%에 불과한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가입기간 동안 평균소득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5%에서도 재정 건전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정책은 선심성 프로그램으로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라는게 그의 평가다. 그는 이런 불행한 출발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명예교수는 현재 보험료율 인상과 의무가입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등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부각된 것은 우선 현정부 때문이 아닌 올해가 5년 주기로 국민연금 재정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하게 된 때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저출산·고령화 등 영향으로 기금 고갈 예상시점이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 것으로 드러난데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소득대체율이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 40%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이를 기존 45%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그때 국민연금의 자금 조달 방식을 변경하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자금 조달 방식에는 기본적으로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이 있다. 지금 우리는 기본적으로 적립된 기금의 범위 안에서 연금이 지급되는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기금의 고갈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라며 “부과방식은 기금과 관련 없이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거둔 보험료로 은퇴자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금 고갈 여부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보면 적립방식으로 시작했지만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부득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가능하면 기금 고갈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보험료 부담 증가나 연금 삭감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란 장애물을 현명하게 넘어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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