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4차 국민연금운영계획 수립을 앞두고 가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안은 다음 달이 돼서야 나올 예정이지만, 제도발전위원회에서 의무가입(보험료 납부)연령 및 수급 연령을 늦추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7일 공청회를 개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제도발전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위원회 논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민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 의무가입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방안, 보험료 부가소득 상한액을 468만 원에서 522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이미 확정된 제도 개선안인 것처럼 알려지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민연금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시되는 안들은 정책 자문안으로, 바로 정부 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사태는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일정상으로는 공청회에서 자문안을 발표한 뒤 이를 기초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들끓는 여론에 정부안은커녕 자문안 공개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공개된 제도 개선안들이 ‘자문안’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료율 인상과 의무가입 연령 연장, 연금 수급 연령 상향 등 복수의 재정 건전화 방안이 하나의 제도 개선안에 모두 포함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무가입 연령을 수급 연령에 맞춰 연장할 필요는 있지만, 보험료를 내려면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수급 연령의 경우에는 아직 65세에도 못 왔는데 벌써 68세를 얘기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랜 기간 논의된 보험료율 인상과 달리 의무가입 연령이나 수급 연령을 건드리는 문제는 지금껏 논의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그런 내용에 대해 합의가 있었다기보다는 한두 명의 전문가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한 게 이렇게 커져 버린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는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수준에서 정부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 3%였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0년째 제자리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보험료율인 15~18%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장 선진국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12~13% 정도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