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지속가능경영 문화가 안착하려면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공개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국가와 공적 연기금이 ESG 관련 벤치마크(BM) 개발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국내 ESG투자 시장의 효율성 및 신뢰성 제고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과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하고 있으나 운용 프로세스나 규모가 미흡한 수준”이라며 “ESG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SI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총액은 2016년 말 22조9000억 달러로 2014년 말보다 25.2% 늘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74.3%, 25.7%로 기관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경우 일부 자산을 ESG 투자인 ‘책임투자’로 운용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투자규모가 상당히 작고 ESG지수와 가이드라인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기관투자자의 ESG 투자규모는 총 7조2000억 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0.9%에 그친다. 국내 공모펀드 중 ESG 투자 펀드 규모는 3970억 원으로 전체 공모펀드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국민연금은 2009년 UN PRI에 가입해 2015년부터 BM지수와 ESG 평가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실제 책임투자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책임투자를 국내 주식자산의 위탁운용 형태로만 일부 진행하고 있고 ESG 평가 결과는 책임투자 가상펀드 운용에만 활용하고 있으며 책임투자 전담 조직도 없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ESG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글로벌 수준의 제도적 정비와 국민연금 주도의 BM지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기업의 ESG 요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확립하고 기업의 ESG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된 정보는 기존 재무지표와 함께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은 ESG지수 개발과 평가시스템 개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 공적연기금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평가사 등 관련 금융기관도 공동 참여해 ESG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