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후 20년 새 100배, 안도감 주는 수준 =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18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에 불과했다. 20년6개월만에 100배 넘게 불린 셈이다. 위기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말엔 급격한 자본유출로 2000억 달러가 무너질 뻔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환당국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된 2000억 달러 사수에 모든 것을 걸기도 했었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평가하는데는 그린스펀·귀도띠 준칙(Greenspan-Guidotti rule), IMF 기준 등 다양하다. 다만 4000억 달러 수준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을 넘겼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실제 IMF는 올해 기준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를 3814억 달러에서 5721억 달러 사이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수준이면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화 유동성 공급 사정이 나아졌다는 의미다. 대외적으로 국가 신뢰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4000억 달러 돌파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일각에서 4000억 달러 정도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봤었다는 점에서 넉넉하다 말하긴 어렵지만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본다. 안도감을 주는 숫자로서 의미는 있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최근 통화스와프가 확대됐고 국민연금 등 민간 해외투자자산도 늘어 유사시 제2의 외환보유액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상시 확보할 수 있는 외환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향후 개입내역 공개 급격히 늘기 어려워..숫자에 불과할 수도 = 외환보유액은 향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외환보유액 운용에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외환운용 수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은 기조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라며 “국제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 기업 외화예수금이 늘어나는 등 민간쪽 대외자산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부터 환율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경상수지 흑자 등이 외환보유액 증가의 기반이 되지만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늘려왔었기 때문이다. 또 추가 보유시 그만큼 비용도 따른다는 점에서 되레 부담일 수도 있다.
서든스탑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4000억 달러도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에서 외화유동성을 좀 더 확보하고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든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정식 교수는 “여러 여건상 대외 건전도가 좋지만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이 한꺼번에 빠진다면 부족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외화유동성을 좀 더 확보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자유화로 외환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실업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국내 경제를 튼튼하게 하는데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