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승인을 받은 업체 배터리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업체여서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은 배제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볼보의 중국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은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지리홀딩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저장헝위안이 바로 LG화학 배터리를 라이선스 생산한다는 점이다.
지리 대변인은 “우리는 LG화학과 지난해 말 배터리 라이선스 생산 계약을 맺었다”며 “LG화학은 헝위안의 생산라인 구축을 도왔다”고 확인했다. 이어 “지리의 다른 브랜드인 링크&컴퍼니 차량도 LG화학 배터리를 쓰고 있다”며 “이는 규제 허점이나 우회 채널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적절한 감독을 통해 우리와 비슷한 딜(Deal)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고객 비밀을 준수해야 한다며 언급을 피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을 관장하는 공업신식화부는 지난 2월 볼보의 새 XC6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헝위안 배터리를 사용하고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을 받는 것을 허가했다.
외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중국 정부가 특히 전기차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자국 기업에 부당한 이득을 주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를 받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3월 22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규정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기술을 공유하도록 부당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보와 경쟁하는 외국 자동차업체들은 볼보가 반칙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에 있어서 배터리의 수명과 주행거리, 파워는 결정적인 구매 요소다. 볼보가 LG화학 배터리를 쓰면 확실히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외국 배터리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 임원들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외국 업체는 중국 배터리에 맞춰 차를 재설계하느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기도 했다.
여전히 외국 업체들은 볼보처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을 꺼리고 있다. 중국 당국의 태도가 언제 돌변할지 몰라서 너무 위험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볼보는 지리라는 중국 모회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가능했지만 자신들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