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이 조성한 정보·기술(IT) 전문 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우버 측에 최대 100억 달러(약 11조3600억원)를 투자해 우버 지분 22%를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회사가 보유한 지분은 물론 우버 임직원과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을 공개매입해 최소 17%, 최대 22%까지 확보하고 9명으로 구성된 우버 이사회 중 2석을 소프트뱅크 측이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이에 우버 이사회는 몇 주 전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재무제표에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등 단독 협상 기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또 최근 며칠간 해당 제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양측의 협상이 이르면 다음 주 안으로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는 손 회장 측의 투자제안은 우버 이사회가 다라 코스로샤히 신임 CEO의 성공적인 영입 이후 최근 가장 신경을 쓰는 문제라고 전했다. 만약 우버 이사회가 손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비상장 벤처 스타트업 기업 중 최대 규모 투자가 되는 동시에 손 회장이 우버의 지배 지분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우버는 글로벌 주요 차량공유서비스 업계를 손안에 넣겠다는 손 회장의 야심 중 최종 목표였다. 손 회장은 그간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해왔으며 이미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택시, 인도의 올라 등 아시아 우버 경쟁업체는 물론 브라질의 ‘99’라는 업체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특히 몇 주 전에는 우버의 미국 시장 라이벌인 리프트와도 비공식 투자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업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해왔으나 올해 수 차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손 회장의 지배지분 인수 제안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WSJ는 우버가 각종 스캔들로 표류하고 있을 때 손 회장이 이 틈을 타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분 공개매입 가격이다. 우버가 인수할 수 있는 지배지분의 규모는 우버 투자자들이 우버의 평가가치 인하에 동의하느냐에 달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우버 가치는 7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측에서는 우버 가치의 30% 이상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길 원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우버의 평가액은 500억 달러 정도가 된다. 일부 투자자들이 현재 우버의 평가액인 700억 달러보다 더 낮은 가격에 지분을 넘기지 않겠다고 하면 지배지분 인수 과정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7월 우버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벤처투자업체 벤치마크 측 관계자들과 접촉했으나 우버 평가액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 지분 13%를 보유한 벤치마크는 지난 8월 우버 가치가 2년 안에 1000억 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소프트뱅크의 지배지분 인수에 찬성하는 우버 투자자들도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헤지펀드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그룹과 뉴욕 사모펀드 제너럴애틀랜틱 등이 소프트뱅크 측과 뜻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결국 손 회장이 우버 가치 평가액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와 별도로 우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분 매각 과정에서 우버 평가가치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소프트뱅크가 웬만한 주요 업체들의 지분을 다 확보한 상황에서 우버의 지배지분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의 경쟁과 동맹 구도가 더욱 혼전 양상이 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