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 14nm(나노미터) TLC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2D에서는 16나노가 최종’이라는 업계의 인식을 깬 결과다.
조명관 연구위원, 이경복 수석, 허황 수석, 김현규 수석, 임정훈 책임 등 5인으로 이뤄진 14나노 TLC 양산팀은 ‘2017 수펙스 추구상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수펙스 추구상은 SK그룹이 한 해 동안 임직원 중 탁월한 성과를 낸 인물이나 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SK하이닉스 공식 블로그에 소개된 프로젝트 당시 상황에 대한 뒷얘기를 들어본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팀원들 모두 흔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빨리 속도가 나지 않았어요. 또 2D에서 3D로 전환하는 시기였던 만큼, 2차원 제품 개발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마지막 테크놀로지라고 하는 16나노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 또한 엔지니어들에겐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경복 낸드개발본부 수석은 프로젝트 초기 분위기에 대해 이 같이 회상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 추세는 2D에서 3D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3D 낸드 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회사의 대부분 역량을 3차원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D 제품 수요 역시 바로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조명관 낸드개발본부 연구위원은 “회사에선 2D 공장을 활용한 수익 극대화 방안이 필요했다”며 “그래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히 더 까다로웠던 것은 새로운 장비나 공정 변화 없이 기존 개발팀의 20%에 불과한 인원으로 진행한 탓이었다. 김헌규 미래기술연구원 낸드 코어 TF 수석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그마한 성공이 보인다면, 그게 불씨가 돼 불길이 확 타오르는 것 같다”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프로젝트에 열중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했다.
허황 낸드개발본부 수석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누군가가 작은 아이디어를 냈을 때, 그것을 구체화해 돌파구로 삼았던 사례가 몇 가지 있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팀워크도 탄탄했다. 이경복 수석은 “팀원간에 신뢰감이 어느 팀보다 강했다”며 “누군가가 어떤 사안에 대해 불평하더라도 서로 간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세계 최초로 14나노 TLC를 양산에 성공하고, 수펙스 추구상 이노베이션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임정훈 ETCH 기술그룹 책임은 “혁신을 일구기 위해선 눈앞에 보이는 길이 아닌, 또 다른 길을 찾는 단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늘 보이는 것 말고, 좀더 새로운 시각으로 길을 찾는 게 바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