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시장에서 성장세가 더딘 가상현실(VR)이 기업 용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해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대만 HTC 등이 VR 헤드셋을 출시해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부진한 편이다. 그러나 의료와 건설, 소매 부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VR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스탠퍼드대학의 게리 스타인버그 신경외과 과장은 30년 이상 뇌수술을 해 왔다. 그리고 그는 1년간 VR을 사용하면서 이 기술의 예찬론자가 됐다. 64세의 스타인버그 교수는 VR 헤드셋과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술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예행연습을 거친다. 그는 “뇌종양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인지 VR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며 “실제 수술에 들어갔을 때도 시간도 훨씬 빨라졌고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지난주 올해 안에 200개에 달하는 직원교육센터 전체에 VR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31개 센터에서 VR을 이용한 직원 교육을 시험 실시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며 비용도 덜 들어간다는 결론을 얻어 이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톰 워드 월마트 부사장은 “매년 14만 명의 직원이 VR로 교육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R 중에서도 고가에 속하는 HTC의 ‘바이브 VR 시스템’ 가격은 약 800달러(약 90만 원)로,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나 직원 교육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IDC는 “앞으로 5년간 VR과 증강현실(AR) 헤드셋 판매가 연평균 58%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용 기기 판매 증가율이 연간 80%로, 일반 소비자의 50%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VR 교육은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헤드셋을 쓰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며 일부는 멀미를 호소하기도 한다. VR로는 자신의 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수작업이 필요한 작업과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발전기와 그밖의 기계설비 임대업체인 유나이티드렌털스는 지난해 12월 영업사원 교육에 VR을 도입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바렛 유나이티드렌털스 교육 담당 이사는 “이전에는 강의를 하면서 우리 장비가 들어갈 건설현장 사진을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실제 현장을 강의실 안에서 구현할 수 있다”며 “직원들은 VR로 구현된 건설현장 감독자 앞에서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등을 직접 설명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마트에서 연수생들은 VR 화면을 통해 구현된 가상의 매장에서 직접 일하는 경험을 한다. 선반 제품에서 가격표가 빠진 부분을 찾거나 고객의 문의가 있을 때 해당 직원을 찾아주는 연습 등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