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제조업보다 IT와의 접목이 더딘 분야입니다. 은행이 독점해온 해외송금 시장에 진입해 싸고 투명한 수수료 구조를 통해 사람 중심의 금융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23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만난 서일석 모인 대표(34)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100조 원이 넘는 아시아의 개인 해외 송금 시장을 대표하는 송금‧결제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3월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 모인(MOIN)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에 방문하거나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도 모인의 웹이나 앱을 통해 몇 가지 인증만 거치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다.
해외송금 시장은 전통적으로 은행들이 99% 독점해온 시장이다. 서 대표는 “은행은 ‘스위프트’란 전산망을 통해 송금을 하는데 몇십 년 된 방식이라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중계은행들을 거쳐 수수료만 해도 다섯 종류가 붙는데 내역도 공개되지 않아 사용자 입장에선 매우 불합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5~8%가 수수료로 제해져 100만 원을 보내면 92만~95만 원 정도만을 현지 화폐로 수령하게 된다. 반면 모인의 해외송금 서비스 수수료는 2% 내외에 불과하다. 송금 시간도 대폭 단축되고 자신이 보내는 금액이 정확하게 얼마의 현지화폐로 환전되는 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사업 과정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 대표는 “금융서비스이다 보니 법적인 부분이 가장 어렵다”며 “자문 로펌만 두 곳이나 있다. 이용약관 하나를 만들 때도 변호사들과 계속 확인하면서 꼼꼼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법규에 대해 철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행법이 은행만을 외국환을 다루는 주체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핀테크 사업자들은 움직임에 제약을 받아 왔다. 모인이 현재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방식을 통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규제 때문이다. “국내서 현재 비트코인이 화폐도 아니고 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논블록체인(non-blockchain)은 모두 ‘환치기’로 규정돼 불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반면 영국에 기반을 둔 ‘트랜스퍼와이즈’와 같은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환치기’로 규정되는 방식을 통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해왔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뒤늦게나마 핀테크금융에 대한 해외송금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다. 22일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외국환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의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외국환거래규정’ 등 하위법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는 핀테크금융과 같은 비금융사업자도 외화이체 라이선스를 부여받아 외국환거래를 할 수 있는 문이 열리게 된다. 그는 “소액외화이체업 라이선스가 나오면 블록체인 외에도 다채로운 방식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만 해도 이미 7년 전에 이 법이 갖춰졌다. 이번 개정안은 전향적이지만 이제 시작일 뿐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개정안에서 소액 해외송금 업체의 재무 기준을 자기자본 20억 원 이상 등으로 한정한 규정들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해외송금 서비스는 현재 개화기이고 앞으로 굉장히 확장될 것”이라며 “한국만 해도 현재 직구와 역직구 시장이 연간 50%씩 커지고 있고,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들도 급증하고 있어 개인간 해외송금 규모만 연간 20조”라고 말했다. 모인은 이 시장을 선점하고 싶다. 서 대표는 “올해는 1분기 동남아시아 국가들부터 시작해 유럽 국가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을 통해 이용자 수수료를 더 낮출 계획”이라며 “국내 시장에 머물 생각은 없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일석 대표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창업을 꿈꿔왔다”는 그는 미국 카네기멜론에서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 석사를 마친 후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벤처스, 퓨처플레이, 옐로금융그룹(현 데일리금융)을 두루 거치며 기술과 창업, 핀테크 분야를 폭넓게 경험했다. 지난 해 3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MOIN)’을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