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유럽연합(EU) 체제 비판과 반(反)이민정책을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EU 정상들은 지중해 몰타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현지 취재진에게 유럽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던지며 EU의 중심 잡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운명은 유럽의 손에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가 세계에서 우리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더 분명해질수록 우리의 대서양 관계들을 주의해서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수많은 발언을 통해서 유럽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폴란드와 헝가리 총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대한 질문에 “유럽과 함께 정의되지 않는다면 트럼프와 함께하는 미래는 있을 수 없다”면서 “성패가 달린 것은 EU의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티안 케른 오스트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을 직접 겨냥했다. 케른 총리는 “7개 이슬람권 국가를 상대로 한 입국 금지는 매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셸 망네 본데비크 노르웨이의 전 총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행정명령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1시간가량 공항에 억류되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이란을 방문한 기록이 문제가 됐다. 자이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도 “요즘 일어난 일들은 내가 지키고자 싸웠던 가치들이 정말로 아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교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EU 정상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메르켈의 개방적 난민정책을 비판하고 EU 회원국의 추가 이탈을 전망했다. 여기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무용론까지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