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유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핀란드의 야심찬 도전이 시작됐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 중 무작위로 2000명을 선발해 매월 560유로(약 67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제를 이달부터 시작했다고 CNN머니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실험은 나라가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면 과연 사람들의 노동 의욕이 꺾이는지를 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기술적 진보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보편적 수입이 노동자들에게 더 큰 안전을 제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원래 이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월 800유로를 지급하려 했으나 560유로로 축소됐다. 핀란드는 2년간 이 실험을 진행해보고,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면 국가적 차원의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실업수당이나 소득 보조금을 받는 사람 중에서 무작위로 선발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받는 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핀란드 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의 복지제도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운영을 단순화하면 높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는 실적수당을 잃을까 하는 염려가 없어 더 많은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장려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실업자는 현재 얼마 되지 않는 소득 때문에 실업수당을 못받게 될까봐 아르바이트도 꺼리고 있다.
이런 기본소득보장 프로그램이 핀란드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는 작년 6월 저소득층 중 100가구를 선발해 기본소득보장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프로그램의 수급 대상자는 올해들어 100가구가 추가됐다. 이들은 한달에 500유로를 받고 있다. 이외에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우간다 브라질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앞서 스위스는 작년에 자국 국적의 모든 성인에게 매월 2500달러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표에서 유권자의 75% 이상이 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찬성파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일을 적게 할 수 있어 사회 전체로 볼 때 일자리가 늘고 사회적 불평등도 줄어 장기적으로 복지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파는 기본소득 예산이 천문학적인데다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누가 하겠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머니는 기본소득보장 프로그램의 가장 바람직한 사례로 미국 알래스카를 들었다. 알래스카는 주 정부의 석유 판매에서 발생한 수입을 1980년부터 모든 주민에게 현금으로 배당해줬다. 보편적 소득을 추구하는 단체인 BIEN은 “알래스카의 사례는 최초의 진정한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