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직 장관의 자기고백 “책임회피 공직문화, 한진사태 키웠다”

입력 2016-09-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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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부르짖다 상황 악화… 제도 만들때 역기능도 살폈어야

“정의감이 전부는 아니었다.” 최근 이투데이가 만난 전직 장관의 고백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그가 던진 화두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문제의 본질 측면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대목임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법정관리로 치달은 국내 1위 국적선사 처리가 비전과 로드맵 없이 추진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공무원들이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원인이 그의 표현대로라면 “모두가 무식했기 때문”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이 지경으로까지 치닫게 된 데는 책임감이 떨어진 탓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정의감만 부르짖다 만든 제도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제도를 시행할 경우 긍정적 효과는 물론 예기치 못한 부정적 효과까지 검토하는 다면적 사고를 해야 하는데 한 면만 본 정책들이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의 자존감 상실이 따지고 보면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 등에 규정된 공무원 재취업 금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퇴직 후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결국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보다는 눈치 보기와 내 실속만 챙기고 보자는 심리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무원들이 논쟁적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피하는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은 이미 보통명사화 된 지 오래다.

사회를 좀 더 깨끗하게 만들고자 했던 정책들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도 우려했다. 그는 “예를 들어 최근 검·판사 일탈행위는 충격적이었다. 누구보다 사회 기강을 세우고 가르마를 타줘야 할 사람들이 우정으로 포장된 거래행위를 했다”며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도 생활인이다. 전관예우가 없어져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전관예우도 나쁘지만 이 제도가 없어지면서 현직을 타락하게 만들었다. 미운 놈 덜 혼내주는 문제와 달리 이 경우엔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소위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그는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얼핏 골프장과 음식점이 망한다, 경제가 어려울 것이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고착화가 걱정”이라며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구조적인 모순을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결정의 질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봤다. 그는 “공문 등 형식적 관계로 변하면서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취득하기 어렵게 됐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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