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하며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추가 자금지원 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평가의 최대 할인 요인이 해소된 가운데 미국 델타항공과 코드쉐어(공동운항) 재개 등 실적 모멘텀이 본격화 하며 주가와 채권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일 대한항공은 2013년 7월에 종료된 미국 델타항공과의 코드쉐어 협정이 오는 11월 2일부터 재개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11월 2일부터 공동운항 노선을 현재의 32개에서 159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2013년 7월 델타와 코드셰어 중단 이후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여객 매출액은 연간 2조 원으로 2012년 2조5000억 원 대비 21%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코드쉐어 강화로 미주노선 환승수요가 증가하며 탑승률과 매출액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지니스좌석 탑승률 또한 회복이 기대돼 고정비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3분기 호실적도 예상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115억 원으로 전분기대비 158.5%,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에 이어 8월까지 여객 수송량 호조세가 이어졌고, 장거리여객 비중이 50% 수준으로 높은 가운데 연료소모량이 많아 저유가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극대화될 전망”이라며 “항공화물은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두고 물동량 회복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한진해운 추가 지원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대한항공은 2013년 말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 영구채 인수 등을 통해 8300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 4월 추가지원 의사가 없음을 밝힌 뒤 올 6월말 기준 4330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한진해운 투자유가증권 1634억 원, 영구채 투자금 1100억 원(총 잔액 2734억 원)과 더불어 영구 교환사채 차액정산(TRS)에 따른 부담금 1099억 원(기초자산 액면가 1571억 원) 등 총 3800억 원 가량의 추가 익스포저(위험노출)가 남았다. 그러나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잔여 익스포저에 대한 자산상각과 손상차손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나, 시장에서 우려해 온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리스크가 완전해 해소돼 대한항공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촉발된 물류 대란에 따라 대항항공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 터미널 운영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지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한진해운 보유 자산 중 우량한 자산에 속하고, 일시적인 이슈에 불과해 대한항공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대한항공에 대해 여전히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윤소정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차입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환율 방향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여전히 위험 요인”이며 “한진해운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나 잔여 익스포저와 관련해 향후 장부가격(Book Value) 훼손이 불가피해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한진해운과 작별 수순에 따라 본업가치가 재조명 되며 주식과 채권값이 오르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전일대비 2.67% 오른 3만4650원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8월 31일) 이후 대한항공 주가는 이날까지 9.87% 올랐다. 장내채권 시장에서 대한항공이 2016년 4월 12일 발행한 3년 만기 회사채(대한항공62)도 전날보다 60원 오른 1만13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