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꼴 날라’…일본 조선업계, 글로벌 시장 침체에 또 지각변동

입력 2016-08-31 09:25 수정 2016-08-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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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업계가 새로운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 조선·해운 업계의 대들보였던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휘청거리자, 똑같은 신세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4개사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과 오시마조선소, 나무라조선소 등 3사와 상선 사업에서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신형 선박 개발 및 부품 조달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미쓰비시중공업이 설계한 선박을 3개사가 건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4개사의 선박 건조량을 합하면 한국 현대중공업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부상하게 된다.

일본 조선업계가 이처럼 자발적으로 재편에 나선 건 그만큼 글로벌 시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세계 신규 조선 수주량은 2015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고, 올 상반기(1~6월)는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었다.

그나마 일본 조선업계는 환경규제 강화를 앞둔 반짝 수요에 힘입어 2015년에는 선박 수주가 전년보다 15% 늘어나는 등 제법 선방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올 상반기는 전년보다 80% 가량 줄었다.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2년 반에서 3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분간 신규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통폐합이 가속화하자 생존을 위해선 더 이상 재편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조선업계는 중국과 한국 기업이 대두하자 돌파구 차원에서 재편을 단행했다. 2013년 IHI와 JFE홀딩스 산하 조선업체가 통합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고, 2014년에는 나무라조선소가 사세보주코교를 인수했다.

이번 4개사의 제휴도 같은 맥락이다. 신규 수주가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기술과 경영 역량을 집중시키고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함이다. 이마바리조선과 오시마조선소, 나무라 조선소는 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 건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3년에 이미 이마바리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공동 수주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번에는 상선 분야로까지 제휴 범위를 넓혀 규모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한국 기업들에 대항할 셈이다.

이번 재편으로 일본 조선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재편에서 남은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이조선의 동향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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