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얼라이언스’와 협상해오던 현대상선이 ‘2M’으로 가입 대상을 변경했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글로벌 해운동맹 체제는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2M, 아시아·미주’ 강점 현대상선 영입 협력키로 = 현대상선은 23일 “그동안 해운동맹 가입을 위해 ‘THE 얼라이언스’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2M과도 가입의사를 타진해 왔다”며 “최근 2M이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해 G6 정례회의에서 동맹 편입 논의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존 멤버사가 전원 찬성해야 가입이 가능한 상황에서 개별 선사의 찬반 의견을 별도로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돼 있는 기밀 유지 규정 등으로 한진해운조차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2M에도 가입 의사를 전달했고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
2M은 글로벌 해운사 1, 2위 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므로 선복량 점유율은 28%대에 달한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합세할 경우 30%를 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션 얼라이언스 점유율(26%대)보다 훨씬 높아지게 됨은 물론 최근 한진해운 등이 결성한 ‘디 얼라이언스’보다 2배에 육박한 규모가 된다.
2M이 협력 의사를 밝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유럽 중심의 2M은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 노선이 약하다. 이에 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둔 현대상선이 가입할 경우, 2M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서비스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상선의 미주 노선을 활용한 미주시장 지배력도 강화하는 등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게다가 용선료 조정 협상과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현대상선이 어느 정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 역시 2M이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한 원가절감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신인도 상승으로 인한 영업력 강화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M과 현대상선은 서로의 강점,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생존 위한 ‘글로벌 해운동맹’의 끊임없는 합종 연횡 = 이처럼 글로벌 해운업계는 불황을 타개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근 수년간 동맹 합종연횡 현상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는 한진해운ㆍ현대상선이 각각 속한 ‘CKYHE’ㆍ‘G6’이 대표적인 해운동맹이었다면 지난해 들어 세계 1,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와 MSC가 합작해 ‘2M’을 결성하고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이 CSCL, UASC와 함께 ‘오션 쓰리(O3)’를 결성하면서 4개의 거대 해운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하지만 이후 각각 다른 동맹에 속해 있는 선사들이 합병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4대 구도는 또다시 흔들렸다. 대표적인 예가 각각 CKYHE, O3에 속해 있는 물동량 기준 세계 5위권 해운사 중국 원양운송그룹(COSCO)과 7위권 해운사 중국해운그룹(CSCL) 간의 합병이다. 또 프랑스 CMA CGM도 얼마 전 싱가포르 APL를 인수했다.
실제로 COSCO-CSCL와 CMA CGM-APL은 올해 들어 또다시 새로운 해운동맹체를 만들었다. 이 두 선사는 지난 4월 홍콩의 OOCL, 대만의 에버그린과 함께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는 ‘2M’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당시 이뤄진 재편에서 국내 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이 제외돼 큰 타격이 예상됐었다.
다행히 한 달 만에 한진해운을 포함한 글로벌 6개사가 제3의 해운동맹를 결성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13일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K-LINE, 대만의 양밍 등 5개사와 함께 ‘THE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이제 남은 선사는 현대상선뿐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2M과 공동운항 계약 등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얼라이언스 운영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까지 기존 얼라이언스인 ‘G6’를 통해 수송 서비스를 변함없이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