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캘리아(79)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사망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집권 민주당과 의회를 장악한 야당 공화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자를 자신이 지명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은 이날 텍사스 여행 도중 숨진 채로 발견됐다. 대법관의 갑작스러운 공백에 오바마 대통령은 애도를 표시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에 스캘리아의 후임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캘리아는 강경보수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했으며 낙태와 동성결혼 허용에 반대했다. 그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판결에서도 위헌 쪽에 표를 던지는 등 오바마의 정책에 맞서왔다. 그런 스캘리아의 사망으로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 4 진보 4로 팽팽하게 맞서게 됐다.
진보 성향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대법관으로 지명하면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뒤바뀌게 된다. 그는 “적시에 대법관 후임자를 지명하는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을 이행할 것”이라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상원도 후임자에 대해 공정한 청문회를 걸쳐 적절한 시기에 표결에 부칠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캘리아의 후임 지명에 성공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이후 처음으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한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의 취향에 맞는 자유주의 성향의 대법관을 고를지 아니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온건한 인사를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60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공화당으로부터 14표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스캘리아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공화당은 후임자 선정을 차기 대통령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 대법관 공백을 채워야 한다”며 “차기 대법관 선정에 대해 미국인이 내는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뽑히기 전까지는 대법관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대법원이 다뤄야할 많은 중요한 이슈가 있으며 상원은 공석을 가능한 한 조속히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지원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는 인도 출신의 스리 스리니바산(48)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베트남계 미국인이며 항소법원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판사인 재클린 응우옌 제9순회항소법원 판사, 폴 왓포드 제9순회항소법원 판사, 제인 켈리 전 국선변호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