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이유로 그간 구조조정을 원활히 못 해 경제효율성 측면에 한계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의 상황과 대외여건이 녹록지 않으니 대비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실제로 연준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경우 한계기업, 과다채무기업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기업의 자구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제도적 기반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성장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유지했던 저금리 기조가 한계기업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계기업이 늘어난 것은 기본저으로 업황과 경기 둔화에 의한 것이지만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시급해 저금리를 유지했고, 이 같은 부작용을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수치가 구조조정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을 통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원활한 구조조정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현 금리수준은 원활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큰 애로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는 수출 부진을 주시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5.8% 급감한 435억 달러(통관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8월(20.9%↓) 이후 최대 낙폭이다. IT제품 수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비IT제품 수출의 감소폭이 확대된 영햐이 컸다.
이 총재는 “10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원인규명을 해보니 석유가격 하락과 수출단가 하락이 컸다”며 “작년 10월에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한 기저효과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출 부진은 경기요인만 아닌 구조적 요인도 같이 작용한 것"이라며 "수출부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금통위가 주시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된 ‘제로금리’ 필요성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제로금리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날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한은이 최대한 빨리 기준금리를 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1.5%로 동결했다. 한은은 다음 달 10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