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의 올해 해외수주액이 전년 대비 -30%,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위기에 놓인 이유는 수주 텃밭인 중동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업체들의 무리한 저가 수주 경쟁과 중국이나 인도 등 후발 국가들의 추격이 거센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중동 편식이 부른 참사...올해 중동서만 50% 이상 감소 = 중동은 과거부터 우리 건설업계엔 해외수주 텃밭이었다. 작년 전체 해외수주액 660억 달러 중 50%에 육박하는 313억 달러가 중동에서 계약한 액수였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11월 현재 전체 수주액 378억 달러 중 144억 달러를 이곳에서 계약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유가 때문에 중동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발주가 급격히 줄었다. 중동의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국내 업체들은 내상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올해 현재(11월12일)까지 중동에서의 수주액은 144억 달러로 지난해같은 기간(282억 달러)과 비교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주력인 석유 및 가스 분야가 각각 45%, 39% 감소해 저유가에 따른 출혈이 심했다.
이미 수주해놓은 사업에서의 피해도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공사 대금을 6개월 가량 지급하지 않고 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발주 기간을 연기하거나 설계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향후 유가상승이 없는 이상 이러한 상황은 201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의 수주 체감도는 더 나쁘다. 올 상반기 플랜트 인력(정규직)을 100여명 가량 늘렸던 현대건설의 정수현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 만나 “유가 인하로 중동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4분기 실적이 안좋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중동 편중에 따른 위험이 고조되자 국내 건설업체들은 신시장 개척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 올해 11월까지 아시아에서 163억 달러의 수주를 기록, 전년 동기(129억 달러) 대비 26.3% 증가했다. 하지만 비중이 큰 중동 실적 악화는 전체 수주액을 떨어뜨리고 있다.
◇저가 수주에 실적 발목…수주 늘려도 부실 부메랑 = 2007년 이후 국내 건설시장이 악화되자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6년 165억 달러였던 수주액은 2007년 298억 달러로 두 배 가량 뛰었다. 2010년에는 716억 달러를 수주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체간 과잉 경쟁은 저가 수주로 이어졌고 곧장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GS건설의 해외매출 총이익율은 -5.3%로 악화됐다. 대우건설 역시 -4.33%를 기록해 해외부문에서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삼성물산은 29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익 악화 주범인 저가수주는 올해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대표적적으로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말레이시아의 ‘KL118 타워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싼 가격에 낙찰받아 이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 보다 30% 가량 싼 가격에 낙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말레이시아가 인건비가 낮다고 하지만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KL118 타워 프로젝트’는 시공액이 총 8억4200만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시공만 맡은 삼성물산의 몫은 5억500만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6374억원 정도다. 국내에서 비슷한 규모(123층)로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가 건축비만 1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
전문가들은 “저가 수주는 대부분 무리한 경쟁을 촉발하고 이를 정부 등이 용인한 결과”라며 “정부의 정책금융 심사 강화와 더불어 업체들도 보수적인 입찰에 나서고 있어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