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세계 최초로 대륙 간 해저터널을 공사한다.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 간 해저터널이 한국 건설사의 시공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섰던 SK건설은 지난해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신규 국가ㆍ공종 진출에 성공, 약 66억7000만 달러를 웃도는 해외수주를 기록하고 국내 건설사 3위에 해당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이 같은 성과에는 해외건설시자의 블루오션을 개척해온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수주한 터키 유라시아 해저 터널 공사다. 이 건설사는 유라시아 해저터널을 비롯해 투판벨리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보스포러스 제3대교까지 수주하며 초대형 토목ㆍ플랜트 공사 3건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는 메이저 건설업체들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유럽시장에서 국내 업체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상징성마저 갖는다고 건설사 측은 강조하고 있다.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5.4km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해저터널의 접속도로를 포함한 공사 연장은 14.6km에 달한다. 공사기간은 총 52개월로 2017년 4월 개통 예정이며 유지보수 및 운영기간은 공사 완료 후 26년 2개월이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와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한 총 사업비 12억4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SK건설과 야피메르케지가 공동 시공한다.
이 해저터널을 뚫기 위해 SK건설은 2013년 TBM(Tunnel Boring Machine, 터널굴착장비) 제작을 완료했다. ‘일디림 바예지드(YILDIRIM BAYEZID)’로 명명된 이 TBM은 단면 직경이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13.7m에다 총 길이 120m, 무게 330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장비다. 바예지드는 오스만투르크제국 전성기를 일군 위대한 술탄 이름. 일디림은 술탄 바예지드의 터키어 별칭으로 번개라는 뜻이다.
특히 이 TBM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터널 단면과 현장의 지질ㆍ지반ㆍ지하수 등 작업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해야 된다. SK건설은 정확한 지질조건 파악을 위해 무려 두 달간 해저물리탐사를 수행하며 지질분석에 나섰다. 해협의 빠른 유속을 버티고 최대 해저 100m가 넘는 지층 분석을 위해서 석유개발에 사용되는 시추선도 투입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8월 총 연장 14.6km 유라시아 해저터널 구간 중 보스포러스 해협 3.34km 해저구간을 TBM으로 관통했다. 지난해 4월 굴착에 착수해 하루 평균 25톤 트럭 100대 분량의 토사를 퍼올리며 7m씩 굴진한 지 16개월 만이다. 이스탄불 앞바다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관통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해저터널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이 연결되는 순간이 기대된다”며 “SK건설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세계 최초의 대륙 간 해저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난해 8월에는 캐나다에서 약 25억5000만 달러 규모의 ‘포트힐스 오일샌드’ 프로젝트를 단독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오일샌드 플랜트 공사로 하루 18만 배럴의 비투멘을 생산하는 추출시설을 신설하는 공사다.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오일샌드 기본설계(FEED) 수행 이후 본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같은 해 2월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찰스호 인근에 연산 340만t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액화 플랜트 시장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메이저사들이 독점하다시피한 시장이다. 당시 SK건설은 국내 건설업체로 처음으로 액화 플랜트 시장에서 EPC(설계ㆍ조달ㆍ시공) 공사를 따내며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