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해외 매출 부문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건설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은 한층 고조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 약 120억 달러를 더 수주해 50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500억달러를 기록해도 지난해 보다 30% 가량 급감한 수치다. 6년 만에 최저치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해외수주액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추정치를 내놓기 조차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해외수주 최대 텃밭인 중동 수주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연말 기준 해외수주액 추정치를 내놓지 않기로 했다. 유가 하락 등의 변수로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의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유가하락에 따른 해외수주 감소와 저가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지는 한 내년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이광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수주액을 550달러로 가정할 경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중동시장 비중이 높아 전체 해외수주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리트종금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내년)해외 플랜트의 경우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악화로 중동지역의 전체 발주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며 “해외 신규수주가 약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보도 업계로서는 치명타다. 지난 10일 정부는 저가수주에 따른 건설ㆍ조선업의 부실 방지를 위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시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심사를 강화키로 결정했다. 해외수주 실적이 급감하는 와중에 금융 지원이 줄어들면 수주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외 부진을 국내에서 상쇄했지만 내년에도 이런 틀이 유지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게다가 정부까지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금융 조달 능력이 중요해진 최근 상황에선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