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의 월드톡] ‘최저 연봉 8000만원’ 젊은 CEO의 행복한 실험, 그 최후는?

입력 2015-10-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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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프라이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가 지난 4월13일 직원들 앞에서 연봉 인상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CBS뉴스
▲댄 프라이스 그래비티 페이먼츠 CEO가 지난 4월13일 직원들 앞에서 연봉 인상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CBS뉴스

지난 4월13일(현지시간)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업체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30) 최고경영자(CEO)가 전 직원을 모아놓고 ‘행복한’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최저 연봉을 7만 달러(약 7800만원)로 올리겠습니다.”

회사는 우선적으로 올해 최저연봉을 5만달러로 끌어올리고 2년에 걸쳐 최저연봉을 7만 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전 직원 ‘평균’ 연봉도 아닌 ‘최저’ 연봉이 8000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왜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최저연봉 기준으로 잡았을까요?

그는 4년 전 사무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부하 직원과 대화를 하던 중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평소에 내성적인 직원이 그날따라 표정이 어두워 무슨 일 있느냐 안부차원에서 물었더니 “당신이 나를 착취하고 있잖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겁니다. 당시 기술직으로 근무하던 해당 직원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른 업계 연봉 수준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죠.

당시의 대화로 충격을 받은 프라이스 CEO는 직원들이 행복하려면 일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고 그래야 업무의 효율성이 오른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인상을 억제해온 자신의 경영 행보도 반성을 했죠. 이를 위해 연봉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그는 2010년 프린스턴 대학 논문에서 그 답을 얻었습니다. 돈이 행복지수를 높여주지만, 연봉이 약 7만5000 달러 이상이면 돈이 행복지수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인데요. 이 논문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과 그의 동료 대니얼 카너먼이 공동 작성한 논문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7만5000달러에서 약간 덜어낸 7만 달러가 이 회사의 최저 연봉이 된 겁니다.

▲최저연봉 인상 발표를 듣고 환호하는 직원들의 모습. 출처=뉴욕타임스
▲최저연봉 인상 발표를 듣고 환호하는 직원들의 모습. 출처=뉴욕타임스

이를 위해 그는 CEO로서 자신의 연봉을 희생했습니다. 100만 달러가 넘는 자신의 연봉을 7만 달러로 대폭 삭감하고 300만 달러짜리 자택까지 저당잡혔습니다. 일각에서는 그의 결정이 ‘지나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더러는 자본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난도 나왔죠. 실제로 연봉 인상 결정 이후 높은 연봉을 받던 직원 2명이 나가고 대주주는 회사가 손해를 본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죠. 야후 임원 출신인 타미 크롤도 프라이스 CEO의 철학에 반해 80~85% 연봉 삭감을 감수하고 그래비티에 합류했고요. 고객 재방문율은 91%에서 95%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댄 프라이스의 실험은 미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350개 대기업 CEO 보수와 일반 사원의 연봉 차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300배. CVS나 치포틀 일부 기업에서는 이 차이가 1000배 이상 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급여차이는 20대1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일을 사원들이 하고 돈은 고위 임원들만 챙겨간다는 비난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죠. 12년 된 아우디를 타고 다니는 프라이스 CEO는 말합니다. “대공황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 수준이 높습니다. 나는 미국의 불평등 해소하는 방안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나로 인해 그 어떤 회사라도 불평등 해소에 동참한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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