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법’처럼 ‘삼성 특별법’을 만들어 승계 문제를 감시하고 우리 경제에 유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시엔 국유화를 도모하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삼성이 우리 경제의 존망을 흔드는 큰 기업집단이기 때문이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이투데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장하준 교수는 “애플도 스티브 잡스 사후에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칼 아이칸이 나서 자사주 매입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했고 애플은 결과적으로 여기에 굴복했다. 삼성도 같은 경우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면서 “삼성을 지원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기업집단으로서의 삼성을 단기주주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그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삼성 3세들로부터 상속세를 주식으로 받아서 현재 삼성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 넘기는 것, 순환출자, 금산분리 원칙 적용을 면제해 줄테니 주식을 헌납하라고 해서 국유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를 위해 재벌을 옹립하는 것이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상론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고 “그러나 삼성을 그냥 놔두면 주주 자본주의의 논리에 편입될 것이고 결국 삼성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백기투항하면서 경쟁력을 잃를 수 있다. 이런 것이 더 이상론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장 교수는 “미국식 기업관에서는 기업은 독립체가 되어야(재벌 해체) 한다고 보지만 기업집단이 되어야만 우리 경제 발전에 필요한 신산업 발굴과 육성도 가능하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누구나 가난하든 부자이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자연인에게는 맞는 얘기지만 법인은 그렇게 취급하기 어렵다. 삼성처럼 큰 기업집단이 잘못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이런 주장을 ‘실용주의’로 봐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독일의 ‘폭스바겐법’이 ‘삼성 특별법’의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려움에 빠진 폭스바겐을 니더작센주에서 인수해 회생시킨 다음 다시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특별법을 만들었다. 인수합병(M&A)이나 공장 폐쇄 등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정부(지방정부)가 허가를 하도록 해 다른 주요 주주에 의해 경영이 흔들리는 위험을 방지한 것이 바로 폭스바겐법이다.
장 교수는 또 금산분리가 오히려 기업집단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면”서 금산분리가 좋다, 옳다 식의 단선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이나 스웨덴, 독일의 경우엔 금산분리가 잘 안 돼 있어서 은행이 기업의 지분도 많이 갖고 있고 있는데 은행이 실물 경제에 투자하고 기업을 키우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금산분리가 문제가 될 때를 예상해 규제를 하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