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마우스는 단순한 정보기술(IT) 기기가 아니라 중증장애인에겐 팔, 다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연구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5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차세대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EYECAN+)’ 시연 행사에서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신형진씨가 눈을 깜빡거리며 모니터에 한글자씩 써내려갔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그 어떤 말보다 빨랐고, 정확한 메시지를 표현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는 컴퓨텅의 마우스 조작을 손 대신 눈동자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임직원 5명의 창의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안구마우스 개발에 돌입했다. 그동안 출시된 안구마우스의 가격은 1000만원 전후. 이처럼 비싼 가격은 중증장애인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개발팀은 연구 끝에 원가 5만원 내외의 안구마우스 ‘아이캔’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부터 DMC연구소에서 아이캔의 성능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업그레이드된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를 내놨다.
아이캔플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거치형이라는 점이다. 기존 안경식 안구마우스는 좁은 안경의 시야 때문에 화면 구석으로 갈 수록 정확도가 떨어졌다. 또 안경이 흘러내릴 수 있다는 점과 안경을 착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모니터 아래 부착된 거치 형태의 아이캔플러스는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씨는 SNS 창을 띄우고 “안녕하세요. 저는 신형진입니다. 모두 반갑습니다”라는 글자를 적었다. 그는 불편한 몸 대신 안구마우스를 통해 인터넷쇼핑을 즐기고 SNS를 활용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날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아이캔플러스를 사용하고 나서 신씨를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조금 더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신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연세대 석사과정을 밟으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평소 그의 어머니가 신씨의 손발이 돼 밤잠을 설치며 리포트를 써내려 갔었는데, 요즘은 신씨 혼자서 해결하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는 것.
한편,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아이캔플러스를 개인ㆍ사회단체에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또 관련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외부에 개방해 사회적기업과 일반 벤처기업들이 안구마우스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술기부에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