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룩셈브루크가 비밀금융제도를 점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런 방침은 유럽집행위원회(EC)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룩셈부르크가 기업의 세금 탈루를 도와주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사이베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룩셈부르크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준수했다”면서 “룩셈부르크는 조세 정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피에르 그라메냐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현 정부가 금융제도의 투명성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정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룩셈부르크 조세 당국과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간 과세 규정 문서 등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펩시와 프록터앤갬블(P&G), JP모건체이스 등 340여 곳의 글로벌 유명기업들이 룩셈브루크 당국과 ‘비밀 거래’를 통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법인세율이 낮은 룩셈브루크로 본사를 두거나,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인 수천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룩셈부르크로 옮겨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절감했다. 일부 기업은 룩셈부르크와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1% 미만의 우대 세율을 적용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달 EU 집행위원장직에 오른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집권할 당시 현재 문제가 된 룩셈부르크 정부와 다국적 기업 간 거래 상당수가 체결됐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ICIJ의 폭로 이후 EC는 룩셈부르크가 다국적기업에 불법적인 세제특혜를 제공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융커 위원장 대변인은 이날 “EU가 룩셈부르크를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가 부정적이면 개선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