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원그룹은 올해 부실계열사를 털어내기 위해 사전작업을 단행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좋지 못한 회사들이 자금 확보 차원에서 보유 중인 동아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하락할 것을 대비해 동아원의 최대주주인 한국제분이 동아원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
한국제분은 올 1월부터 수십여 차례에 걸쳐 동아원 주식을 장내매수해 지난 8월 12일까지 동아원 지분을을 50.17%까지 확보했다. 올 초 48.42%(3155만7217)주에서 50.17%(3270만659주)로 1.75%포인트 증가했으며 이로써 최대주주 측 지분은 70.58%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지분을 매입한 것은 한국제분이 부실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아원은 그동안 부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차입금 부담에 시달려왔다. 지급보증을 선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경우 모기업인 동아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2분기 말 동아원의 단기차입금은 2977억원 수준이며 부채비율은 228%, 유동부채비율은 166%다.
동아원은 제분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제분 이외의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크게 증가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008년 이후 해외와인사업(KODO Inc.) 190억원, 당진탱크터미널 180억원, 중국?캄보디아 사료자회사 150억원, 해외 농산물 자원개발(코지드) 70억원 등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계속됐다.
지난 3분기 말 차입금을 제외한 지급보증 금액(별도기준)은 3442억원이다. 이 가운데 1888억원(55%)은 모기업인 한국제분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계열사 지원 부담에 동아원의 신용등급도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동아원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하면서 “주력사업의 안정성은 높은 편이나 개선 여력이 제한적인 재무구조, 계열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부담 등을 고려할 때 중기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원은 현재 고급 차종인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공식 수입 판매사 FMK와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와인 제조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2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아푸드와 피디피와인, 한국산업 등이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계열사로 동아푸드와 피디피와인은 각각 31억원, 1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산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해당 계열사들은 각각 동아원 지분 1.24%, 2.02%, 0.23%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