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롯데마트에는 ‘동반성장전략팀’이 새로 생겼다. 유통업계 최초의 중소기업 지원 부서다.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팀이기도 하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일본 독점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중소업체는 시장의 외면에 좌절했다. 농민들은 쌀 소비가 줄어 시름이 깊었다. 롯데마트는 쌀 매출을 늘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롯데마트 동반성장전략팀은 먼저 이천ㆍ김포 등 유명 쌀 산지 농협을 찾았다. 매주 산지를 돌아다니며 품질을 확인해, 기존 쌀 납품량보다 최대 2배 많은 쌀을 사들이기로 했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된 농민들은 박수를 쳤다.
다음으로는 중소제조업체 ‘한국바이오플랜트’를 만났다. 한국바이오플랜트는 일본이 독점하던 즉석밥 제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06년부터 5년을 연구한 끝에 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존 즉석밥 제조업체들은 신생 중소기업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20억원을 먼저 지원해 생산시설을 늘렸다.
이번에는 롯데마트 차례였다. 중소협력사 상품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이영석 매니저는 “현재 판매되는 일반 브랜드(NB) 제품을 분석해 보니 매출액 20% 정도가 마케팅 비용으로 추정됐다”며 “롯데마트몰에서 체험단을 모집하고, 매장에서는 양곡 옆에 나란히 진열해 연관구매율을 높이는 등 마케팅 비용 15%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봄 뿌린 씨앗은 1년만에 영글었다. 롯데마트가 지난 4월 출시한 PB제품 ‘반값 즉석밥’은 출시 82일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인기 돌풍이 이어지면서 올 여름 롯데마트에서 즉석밥 전체 매출은 18.9% 늘었고, 양곡 매출은 35%나 뛰었다. PB제품 하나가 즉석밥과 양곡을 합쳐 롯데마트 매출을 22.2%나 끌어올린 것.
농민과 중소업체는 더 활짝 웃었다. 반값 즉석밥 출시 후 서천군 쌀 조합법인 매출은 100% 늘었고 한국바이오플랜트 매출은 200% 성장했다. 롯데마트, 농민, 협력업체가 모여 만든 시너지로 ‘동반성장’을 이뤄낸 결과다.
임효섭 팀장은 “유통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며 “우리가 가진 ‘잘 파는 재주’로 작은 기업을 모아 소비자와 연결해 주는 데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시너지가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안정적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값 즉석밥, 어깨동무 막걸리ㆍ두부, 손큰 참기름(참고을)ㆍ콩나물(청미원)ㆍ치약(KM제약)… 국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롯데마트표 동반성장은 이제 세계로 간다. 임 팀장은 “한국 상품전 개최를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해외 롯데마트 점포에 한국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만들고 있다”며 “판로ㆍ자금ㆍ통관ㆍ물류ㆍ마케팅ㆍ번역 등 우리 도움을 통해 중소 협력사들이 성장하고, 우리는 우수 중소상품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