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일머니가 토종 의료기술을 통해 국내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23일 병원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에 대한 의료기술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재 중동에 대한 의료기술 수출은 개별 병원단위로 이뤄지고 있는데, 업계추산 매년 1000억원 단위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중동 의료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 한 곳은 서울대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은 올 8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왕립 칼리파 전문병원을 5년간 위탁 운영하는 계약체결에 성공했다. 이 병원은 암과 심장질환 등을 주로 다루는 3차 병원이고, 직원은 1422명에 달한다. 서울대 병원은 의사 32명을 포함해 모두 200명을 이곳에 파견할 예정이다. 서울대 병원은 임상진료 뿐 아니라, 간호 영역과 의약품 관리, 식당 운영부터 오물 처리까지 병원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아울러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인력 훈련도 도맡아 운영한다. 서울대 병원이 예측하는 수익은 5년 동안 1조원 규모다. 일부에선 UAE에 파견되는 의사 연봉만 해도 1억5000만~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유수 병원들 역시 중동 러시에 한창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최초로 중동국가에 한국형 건강검진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성모병원에 따르면 VPS 헬스케어 그룹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현지 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한다.
성모병원의 UAE 진출은 서울성모병원의 침상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의 UAE 국적의 입원환자를 관리해온 경험 덕분이다. 서울성모병원 외국인 환자 중 UAE 입원환자의 진료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평균 1인당 6000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다.
병원은 이와 별도로 UAE에 한국형 애프터케어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애프터케어센터는 한국을 방문해 조혈모세포이식 등 수술을 받은 UAE 환자가 자국 내에서 회복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중동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국내 의료를 수출하는 ‘쌍둥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사업은 10년 동안 총 사업비 1000억원 규모로 시행된다. 쌍둥이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하기 위해 사우디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은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중동에 의료 수출을 위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에서 받은 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인 면허를 UAE에서도 인정되도록 하는 합의를 UAE 아부다비보건청으로부터 이끌어 낸 것이다. 면허 인정 등에 따라 서울대병원의 UAE 왕립병원 위탁 운영과 서울성모병원 검진센터 연내 개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