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여성의 고위직 진출의 문턱은 높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개각에 나서며 여성을 대거 입각시켰다. 고령화로 동력을 잃은 일본 사회에 신성장 동력은 여성의 사회진출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베 내각에 진출한 여성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올해 마흔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일본 첫 여성 경제산업상에 오른 오부치 유코다. 오부치가 새로 맡은 경제산업상 자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경제수석에 해당하는 자리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 집행에서 오른팔 역할인 셈이다.
그는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막내딸로도 유명하다. 일본 내에서는 아버지를 뒤이어 정계에 입문한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가 경제산업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한다면 일본 첫 여성 총리직도 넘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타나카 아이지 와세다대학 정치학 교수는 “일본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면 그건 아마 오부치가 될 것”이라면서 “그녀의 많은 멘토들이 그녀를 자민당의 젊은 히로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오부치 게이조는 역대 총리 중 가장 일본인에게 사랑받은 인물이다. 리더십은 물론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범인(凡人)’, ‘해수욕장의 라면집 아저씨’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오부치 신임 경제산업상은 아버지 밑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다. 방송국 PD였던 오부치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1999년 총리 개인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중의원 당시에는 정치학 석사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말 파파걸(Daddy’s girl)이었다”면서 “막내딸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참 많이 애지중지했다”며 회고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를 보면서 존경했다”면서 “언젠가 아버지에게 필요로 하는 사람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상으로 그에게 처음으로 주어질 임무는 원전 재가동 총지휘다. 오부치가 과연 총리로서 적합할지 시험할 수 있는 본격적인 첫 무대가 주어진 셈이다. 아베 내각은 그간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폐쇄된 원전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원전 재가동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상당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여성 정계 대거 진출을 반기는 일본 여성의 상당수가 원전 재가동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