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권의 제재 압박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EU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가 끝난 후“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준비는 끝났으며 1주일 안에 제재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EU는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되돌릴 수 있는 1주일을 러시아에 준다”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 압박에 가세했다.
미국도 EU의 제재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EU 정상회의에서 추가 제재를 준비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미국도 EU를 비롯한 주변국과 협조해 추가 경제제재 등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EU의 경고에도 푸틴은 한 발 더 나아간 초강수를 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지역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이 지역의 독립을 처음 직접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제1채널에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 주민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지위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해야만 한다”면서 “러시아는 주민이 총에 맞을 때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위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강수를 두는 쪽으로 전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반군 간 교전 사태 해결 방안의 하나로 동부 지역이 자체 정부를 구성하고 연방제 국가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 지역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크렘린은 즉각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 해석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대통령의 발언은 동부 지역 분리주의 반군들이 참여하는 협상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 지역의 독립을 거론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