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로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의 외아들 이재용(46) 부회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접한 글로벌 인사들의 평가를 정리해 소개했다.
미국 IT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는 이 부회장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부회장과 애플 설립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와의 친분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명하거니와 이 부회장이 모바일 관련 기술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활약하는 그렉 타르는 “애플이 아이폰의 핵심 부품으로 삼성 제품을 택하도록 만든 것은 모두 이 부회장의 공”이라고 평가했다. 타르는 “스티브 잡스와 협상한 것이 바로 이 부회장”이라면서 “삼성 고위 임원 중 잡스의 추모식에 초대받은 유일한 인물이 이재용 부회장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소위 ‘한 가닥’ 하는 인물 중 잡스의 추모식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타르는 2002년 서울의 한 파티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내가 만났던 이 부회장은 아주 겸손했으며 휴대폰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면서 “그는 아이폰이 나오기 5년 전에 이미 휴대폰이 단순히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기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아버지와는 다른 경영스타일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94년 삼성에 합류해 이 부회장의 젊은 시절을 옆에서 지켜본 요시카와 료조 전 삼성전자 상무의 회고에 따르면 과거 삼성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자신의 사무실을 삼성이 아닌 소니 제품으로 가득 채웠다. 당시 경쟁업체로 삼는 소니 제품을 진열해 직원들에게 품질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2000명 직원이 보는 앞에서 품질에 하자가 있던 신제품 15만대를 그 자리에서 불태워 버린 아버지 이 회장의 불도저 스타일과는 다르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데이비드 헤로 해리스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경영방식을 통해 삼성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헤로는 “좀 더 현대적인 방식을 통해 사업은 가족이 아니라 주주들을 위해 운영되야 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에서 무려 7%포인트 밀려났다.
홍콩 소재의 메이뱅크킴응의 워런 라우 애널리스트는 “그들은 고가, 중저가 모든 부문에서 도전에 직면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