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동양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비율을 결정했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심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31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분쟁조정을 신청한 3만5754건 중 67.2%인 2만4028건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배상비율은 투자자별로 최저 15%에서 최고 50%로 확정했다.
금융당국이 배상 비율을 결정했지만 이는 동양증권과 피해자 간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중재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권고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분쟁의 양측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사항을 양측 당사자들에게 문서로 발송하면 당사자들은 문서 수령 후 20일 내에 수락의사를 밝혀야 중재가 성립된다. 1개월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날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내용을 접한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특히 피해자들은 금감원이 동양증권의 사기혐의를 분쟁조정에 반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은 동양사태 관련자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번 분쟁조정은 동양증권의 사기여부를 제외하고 불완전판매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이 판매 시 ‘원금 손실을 볼 위험은 없다’고 선전하며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 판매’에 해당한다며 투자 원금을 100% 보전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동양채권자협의회는 지난 25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 사전심의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이날 오후 2시께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또 조정비율 결정 시 재투자 경력이나 투자금액을 비롯한 개인 투자경력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방성오 동양채권자협의회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동양 회사채와 CP에 투자하는 것이 은행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했다”면서 “속아서 투자한 것이 분명한 만큼 당국이 책임 있는 배상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또 금감원이 배상비율과 금액을 동양증권의 충당금 규모에 맞춘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심과 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배상금액이 625억원이고 이번 조정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분쟁조정 신청자 5000여명에 대한 배상까지 감안하면 동양증권이 배상해야 할 금액이 약 900억원에 달해 충당금 규모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김경훈 동양채권자협의회 부대표는 “우리는 이런 내용의 배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지난 6월 동양증권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각계열사 전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감사원이 동양사태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원인이라고 발표한 것을 두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서 이를 둘러싼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