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적인 노후준비 수단인 국민연금은 여성 베이비부머 374만명 가운데 10년 이상 보험료 낸 사람은 48만명(12.8%)에 불과하며, 1~9년 낸 여성이 176만(47.2%), 납부 이력이 없는 여성이 149만명(40.0%)에 달했다. 납부 이력이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여성은 남성의 4배나 많다. 이는 국민연금 시행 초기에 소득활동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여성은 출산·자녀교육 등으로 전업주부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의 노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비단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다. 골다공증, 낙상, 치매, 암, 우울증 등 고질적인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비나 간병비용 등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부족하다. 결국 대비하지 않으면 배우자를 떠나 보내고 여성 홀로 살아가야 하는 10년이 빈곤과 질병 속에서 힘들게 보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매우 절실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여성만을 위한 생활비와 의료비, 주거, 가족과의 관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 남편 사별후 홀로 지내는 부인을 위해 어디서 거주할 것인가? 어떤 연금이 있는가? 의료비와 요양경비를 준비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비록 당장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렵더라도 항상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두고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둘째, 은퇴자금 마련시 부인의 연금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게 될 연금은 반드시 부부형으로 마련해야 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펀드, 정기예금 등을 노후에 연금으로 탈 때 남편 사망 후에도 부인이 탈 수 있도록 선택해야 한다. 부부형 연금은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주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하면 액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남은 가족이 계속 유족연금을 타게 되므로 대표적인 부부형 연금이다. 이밖에 연금보험에 가입할 때 부부 중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큰 부인을 피보험자로 지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상 연금보험은 피 보험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연금을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셋째, 여성의 간병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편의 간병은 부인이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 사별후 홀로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부인의 간병대책은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노인의 84%가 배우자에게 간병을 받았다. 반면 남편에게 간병을 받은 여성 노인은 29%에 그쳤다.
여성 노인들은 요양시설을 많이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요양원을 가보면 여성노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부인의 노후를 위해 최소한 3년 이상의 요양경비를 마련해야 하며, 집 근처의 좋은 요양원을 미리 골라두면 더욱 바람직하다. 은퇴를 시급하게 준비해야 하는 중장년들은 부부가 같이 자신의 집 가까이 있는 요양시설에 가서 자원봉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요양시설에서 청소하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좋은 요양시설을 고르는 혜안을 가지게 되고, 여성의 노후설계가 남성들과 다르다는 점을 잘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