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심으로 흐르던 신생 벤처들의 움직임이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공략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 모델’이 뜨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앱)에 위치 기반·물건·기기 등 오프라인과 직결된 서비스를 결합하는 벤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온라인만을 공략한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반대급부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는 않으나, 지난해 앱이나 게임 등 단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벤처 가운데 올해까지 살아남은 업체는 20곳 중 1곳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반면 배달의 민족, 부동산다이렉트, 키즈노트, 써프라이즈 등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을 택한 상품들은 벤처 성공신화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의 최대 장점은 사업 초기에도 ‘라면값’이라도 마련할 만한 매출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즉 초기 벤처기업이 투자 없이도 성장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또 일단 성장기에 들어서면 오프라인에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투자금 마련이 용이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기에도 온라인 단일 모델에 비해 한층 수월하다.
이 같은 추세는 ‘앱-통신-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의 부흥까지 이끌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궁극적 매출 역시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생활을 파고드는 벤처 = “페이스북, 트위터를 따라잡으려 하지 마라. 일상을 파고드는 작은 아이디어가 거대한 성공을 이끈다.” 우리나라 1세대 벤처의 성공 주역인 핸디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이상산 대표의 충고다.
실제로 온·오프라인 연계 벤처기업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 제공을 넘어 고객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음식배달 서비스가 꼽힌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위치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배달음식을 묶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콜센터·문자·앱·단말기 주문접수 등 다양한 주문방식을 도입하면서 소비자에게 한 발 더 다가섰다. 배달통은 콜센터나 단말기까지 없애버리고 TTS(문자 음성 자동 변환기술)를 내놓았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결제하면 그 내용이 해당 음식점 전화기로 자동으로 전달된다.
부동산다이렉트 역시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로 꼽힌다. 이 회사는 부동산 정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전수조사를 실시한 정보를 사무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인 ‘알스퀘어’를 통해 제공한다. 알스퀘어에는 5만여건의 신뢰 높은 사무용 부동산 매물이 등록돼 있다.
마이쿤은 최근 가장 가능성 있는 벤처로 꼽힌다. 이 회사가 출시한 ‘플러거’는 온라인으로 서비스 이용자 주변에서 스마트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기기 충전소’를 알려준다. 특히 기기별 충전기 보유 여부와 충전기가 없을 경우 콘센트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구분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을 통해 3000원을 받고 충전된 배터리와 방전된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오프라인 밀착형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키즈노트(KIDSNOTE)는 영·유아교육 시장의 최대 불만이던 ‘알림장’을 스마트기기로 끌어들인 역발상을 했다. 교사가 알림장을 작성해 클라우드에 올리면 학생과 학부모가 접속해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엠버스는 ‘써프라이즈’라는 앱을 통해 모바일 쇼핑 할인정보를 제공, 오프라인 패션 유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가 온라인 커머스를 기웃거릴 때, 엠버스는 되레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써프라이즈는 유명 패션 브랜드 150여곳의 매장 할인 정보를 모아 보여준다. 그리고 브랜드 매장 근접 지역을 지나가는 사용자에게 해당 쿠폰을 푸시로 보내준다. 할인정보에 관심이 많은 10~20대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 7주 만에 3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재방문율은 월 70%에 달한다.
◇ 다시 또 사물인터넷 =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모델은 사물인터넷과도 직결된다. 사물인터넷은 반드시 ‘기기’와 함께 접목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벤처업계에서 불고 있는 사물인터넷 열풍은 지난 5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비론치(beLAUNCH) 2014(이하 비론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행사를 개최한 비석세스(beSUCCESS)의 정현욱 대표는 “지난해에는 스타트업들이 앱과 게임 등 온라인 일변도로 흐른 반면, 올해에는 실생활과 접목된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수많은 관람객과 벤처 투자자들의 이목을 잡아끈 업체는 엔씽(n.thing)이다. 엔씽은 스마트폰으로 화초에 물을 주거나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화초관리 시스템인 ‘플랜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3월 20일 열린 2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당시 자리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바이오 기술과 연계한 벤처도 등장했다. 바이오필라는 면봉과 함께 세균이 자랄 수 있는 액체인 ‘배지’를 결합한 킷을 출시했다. 면봉으로 급식소의 도마, 급식판 등을 문지른 후 배지에 넣으면 색 변화를 통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의 유무를 그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온도, 습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전자센서와 함께 연동돼 온라인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