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억 명 가까운 인구가 중산층 밖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평등이 심화한 것이 이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자체분석에서 이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FT가 세계은행(WB) 소득분배 데이터를 토대로 122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이들 신흥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극빈층에서 탈출했으나 여전히 상당수는 중산층과 빈곤층 경계에 있는 이른바 ‘취약한 중산층(fragile middle)’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40%에 해당하는 28억명의 인구가 2~10달러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이들이 세계 소득계층분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취약한 중산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중 전 세계 9억5200만명이 하루 생활비가 2~3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하루 생활비가 2달러가 넘는 경우를 빈곤층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 대부분은 중산층 기준이 최소 하루 10달러 수입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상당수의 신흥국 국민이 ADB가 규정하고 있는 극빈층의 기준을 벗어나 빠르게 중산층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2달러 기준에서 ‘살짝’ 벗어났을 뿐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경제성장이 수년간 더디고 기대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WB도 최근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평균 2~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등 세계 경제가 둔화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이 오기도 전에 극빈층과 취약한 중산층이 혼재된 양상이 크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카우식 바수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사이 빈곤층에서 벗어난 이들은 빈곤층으로 다시 전락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세계 경제는 중국의 성장세가 지금까지보다 더 둔화될 가능성 등의 여러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고 이는 개도국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