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인수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는 26일 서울 포스코 센터에서 ‘2014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권오준 회장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부제철 인수는 좀 더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뭐라 말할 것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좋은 기회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 동부그룹은 작년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가 내놓은 매물은 포스코에서 검토중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해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지분, 당진항만,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울산·김해) 등이다.
권 회장이 동부가 내놓은 매물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발언을 하는 이유는 복잡한 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이달 취임자리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정준양 전임 회장이 추진해온 신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몸집 줄이기와 재무건전성 강화를 강조해 왔다. 포스코가 산은의 제안에 따라 두 곳을 인수한다면 권 회장과 포스코는 재무건전성 개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1977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만큼 시설이 노후화됐다. 포스코가 인천공장을 인수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설비보수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또 올해 상반기에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이 준공이 남아있고, 연초 가동이 멈췄던 포스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도 관리해야 하는 등 현재 포스코는 사업장 관리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그러나 권 회장으로서는 중국 업체들이 인천공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철강사들은 국내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 인천공장 매몰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을 비롯한 정부는 인천공장이 중국에 넘어가게 되면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철강의 맏형 격인 포스코가 이를 무시하기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