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지나치게 인구밀도가 높은 복잡한 대도시를 떠나 자연환경이 좋은 농촌으로 향하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된다. 그동안 전원으로 가면 실패한다는 등 부정적 이야기가 많았지만,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귀촌 현상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880가구에 불과하던 귀농·귀촌 가구는 2009년 4000가구를 돌파하더니 불과 3년 만인 2012년에는 2만7000가구를 넘어섰다. 2012년 귀농가구는 1만1220가구(1만9657명)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귀촌가구는 1만5788가구(2만7665명)에 달한다. 귀농인은 도시에서 읍·면(邑·面)지역으로 주소를 옮긴 후 농업인으로 등록한 사람을 말한다. 반면 귀촌인은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농어촌으로 이주한 사람 중 뚜렷한 직업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 보길 원하는 은퇴자들이 도시를 많이 떠날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통계를 보면 이런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의 ‘도시계획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지역 인구비율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2012년 말 한국 사회의 전체 인구 중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전년(91.12%) 대비 0.08%포인트 줄어든 91.04%로 조사됐다. 1960년대 이후 계속 늘어나던 도시화 비율이 줄어들기는 사상 최초라고 한다.
노후에 월생활비 200만원 정도를 마련한 사람은 도시에 살면 평범한 중간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물론 베이비 부머 중에서 이 정도의 노후생활비를 연금으로 마련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대도시에서 시골이나 중소도시로 이주한다면 월생활비가 150만원 수준으로도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다. 농촌에서는 텃밭을 가꿔 자급자족하기도 하고,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돈을 버는 일을 찾아내기도 한다. 시골에서는 돈 드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후 빈곤을 피하기 쉽다.
요즘 귀농·귀촌에 대해 부정적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몇 년간 이주계획을 상세하게 세우고, 귀농학교 같은 교육기관을 충실하게 다닌다면 새로운 삶을 농촌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무턱대고 시골 땅부터 사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몇 년간 여기저기에서 살아 본다는 심정으로 천천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 의견이 맞아야 한다. 남편은 급하게 귀농·귀촌을 추진하고, 부인은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부부는 중소도시에서 2년간 전세로 살아 보니 귀촌을 반대하던 부인이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노후생활의 기본은 화목한 부부관계이므로 부부가 의견을 모아 서서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은퇴자들의 귀농·귀촌 인구가 더욱 늘어났으면 한다. 오랜 사회생활의 경험과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베이비 부머들이 귀농·귀촌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