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거나 민간요법 등 잘못된 치료로 심각한 상태가 된 후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다. 2012년 겨울, 전신복통과 복부팽만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박모(42·여)씨는 몹시 위급한 상황으로 응급 개복술 및 결장 장루수술을 시행하고 2개월 후 장루 복원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성공했지만 복부 팽만과 복통이 지속돼 상당 기간 고생했다.
환자와 상담을 한 뒤 놀란 것은 환자가 만성변비로 이미 수십년간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배변 횟수가 한 달에 1~2회로 만성변비 환자 중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신체적 고통은 물론 운영하던 사업까지 정리할 정도로 생활에 불편을 겪었지만, 환자는 으레 나타나는 변비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환자는 변비가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뿐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의사와 질환에 대해 상담할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우선 환자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권유하고 근본적으로 장의 기능을 개선시키는 만성변비 치료제를 처방했다.
6개월가량 환자를 치료한 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 환자는 ‘접었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만성변비에서 벗어나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환자는 암과 같은 심한 병을 앓은 후 완치된 사람처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변비 역시 질환임을 알리면서 주변인들에게 전문의와 상담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아마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몸소 체득해서일 것이다. 생의 전환기임에도 병원 한 번 찾지 않았다면, 불편한 곳이 있는데도 '모르는 것이 약'이라며 참고 있다면, 지금 한 번 크게 외쳐보라. “아는 것이 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