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인 4월 강원도 사북에서는 광부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있었다. 지하 1300여m, 한 줄기 빛조차 없는 캄캄한 막장에서 노동환경과 가족의 생존권을 걸고 벌인 투쟁을 ‘폭도’로 몰아 간 현실이 광부들을 더욱 외롭게 했을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는 답답한 현실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남대문 시장에서 니콘 카메라를 하나 사 무작정 사북으로 간다. 그리고 그때 만난 광부들의 이야기와 그들 자녀들이 쓴 문집을 엮어 ‘침묵의 뿌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무심하게 흐른 시간은 그날의 광부들을 막장보다 더 어두운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들은 거의 문을 닫았으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사북지역 탄광들도 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광부들의 땅, 사북을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문을 닫은 탄광 자리에 자리한 강원랜드. 그곳 주변에는 전당포, 유흥업소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과거의 아픈 흔적을 힘겹게 지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태백 철암역 주변을 비롯한 강원랜드 인접 지역에 남아있는 탄광촌의 흔적들은 옛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사북지역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던 동원탄좌는 탄광 근로자와 주민들이 앞장서 박물관을 건립, 그들만의 한이 서린 시간들을 역사로 보존하고 있었다.
박물관에는 광부들의 땀과 눈물, 애환이 배인 옷 등 개인 사물과 함께 탄광과 관련된 아주 소소한 자료가 모두 전시돼 있다. 그곳은 광부와 그의 가족들의 추억과 상처. 버려짐과 쓸쓸함을 안은 채 마지막으로 석탄을 캐내던 2004년에 멈춰 있었다.
광부들의 고단했던 삶의 현장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치열했던 삶의 기운이 묻어 있는 이곳은 우리에게 생생한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글 장세영 기자 photothink@